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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경을 벗어버린 너에게로 간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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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설경을 벗어버린 너에게로 간다

sweetieRomy 2018. 4. 16. 21:00

제주 한라산 영실-어리목 코스. 2015년 봄부터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명산트레킹은 매회 조기마감행진을 하며 성행했다. 매번 그 기회를 놓치다가 총 5회의 행사 중 마지막 행사인 상암 하늘공원 코스에 친구들 5명과 함께 참여했다. 친구들과의 좋은 추억을 담아 쓴 후기가 선정되어 회차별 선정된 팀들과 함께 제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이른 아침 모두들 김포공항에서 처음 대면했지만 바로 지급된 모자와 바람막이 자켓으로 우린 하나가 되었고 한마음으로 한라산을 찾았다. 파란 하늘의 가을이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 영실 어리목 코스는 예전 다녀갔을 때의 설원의 모습보다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립병원보다 서울명산탐험대, 원순씨 생각

지난 9월 서울시가 주관하는 서울명산트레킹에서 박원순 시장의 개회사가 아직도 인상깊다. 시립병원 건립보다 트레킹코스를 더 개발하여 걷기가 생활화된 건강한 서울시민이 되길 바라는 서울시장의 꿈. 늘 걷는 것이 생활화된 일인으로 참 바람직한 생각이라 지지한다. 아무리 시설 좋은 헬스장이라 하더라도 닭장 같은 곳에서의 뜀박질 보다 자연 또는 거리로 나와 걷다보면 자연스레 길가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말을 걸고 나는 생각이란 것을 하게된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던가? 걸으면서 운동하고 주변 사물들이 던져주는 시제에 반응하며 생각하는 길. 의약의 힘으로 인류의 생명을 연장하기 보다는 걷고 생각하는 자세를 습관화 하면서 산다면 좀 더 깊이 있는 삶이 되지 않을까 한다.

 

걷고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12, 서울명산탐험대

한라산을 등반하면서 깃발에 쓰여 있는 서울명산탐험대를 보고 어느 등산객이 우스갯소리로 서울에 그런 대학도 있어요?’라 말을 건넨다. 늘 걷는 일을 습관화하고 사색을 즐기는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대원들 모두 생각이 참 순박하다. 많은 인원이 모이다 보면 분명 튀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어찌나 마음들이 고우시던지. 대부분 부부끼리 온 팀이 많았는데 어쩜 그리 살갑게 서로를 챙기던지 매번 시댁, 남편, 마누라 흉에 결혼을 지옥과 같이 말하며 나에게 너무 이상적인 것을 바란다는 일상 속 사람들에 지쳐갈 무렵 세상은 꼭 그렇지 않아라는 확신을 시켜준 사람들. 좋아하는 여행코스로 12일 다녀온 것도 좋았지만 이들과 함께여서 더 좋았던 짧지만 알찼던 여행이 아니었나싶다.

 

하얀 설경을 벗어던진 한라산, 영실어리목코스

지난해 초 한겨울의 모습은 사라지고 한라산은 다시 그 계절로 돌아가려 몸을 추스르는 것 같았다. 아쉽게도 절정일꺼라 생각했던 단풍은 이미 사라지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오백나한과 병풍바위가 보일 무렵 단풍에 대한 아쉬움은 사라지고 눈요기하느라 바쁘다. 오백나한 중 같이 온 친구와 하나씩 정해 이름을 정하자 제안했다. 로미바위와 써니바위. 유치할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우리가 다시 이곳에 오면 생각나도록 이날을 그렇게 기념한다. 그 계절엔 하얗기만 했던 곳에 재밌는 나무들도 눈에 뜨인다. 이름 모를 이 나무들은 새콤달콤 과일시럽을 입힌 팝콘 같은 꽃을 피우고 있고 또 다른 나무는 블루베리같은 열매를 촘촘히 달고 서서 등산객에게 날보라 말한다. 병풍바위 올라가는 길 멀리서 나뭇가지들이 반짝인다. 햇빛이 비쳐 그런가 했는데 가까이 다가가니 상고대다. 바람에 흩날리며 우수수 떨어지는데 마치 내가 오기까지 기다리며 이 바람에 안간힘쓰며 나뭇가지에 매달리고 있다 명을 다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드넓은 초원을 걷다, 한라산 남벽

오름이 끝나고 넓은 초원이 나온다. 함께 온 친구는 정상으로 향하는 성판악 관음사 코스로만 등반경험이 있어 이곳을 보더니 신이난듯 사진으로 담기 바쁘다. 등반내내 오르면서 손잡고 오르던 부부의 모습이 눈에 뜨인다. 연애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소홀할 법도 한데 오랜시간 부부라는 인연으로 살면서 저런 행동이 나온다는 건 마음이 닿지 않으면 쉽지 않은 길. 그 모습이 이 아름다운 한라산의 풍경만큼 보기 좋았다. 내 걸음만큼 남벽이 점점 다가옴이 느껴질 때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한다.

 

따끈한 사발면은 사랑입니다. 윗세오름 대피소

가을이지만 윗세오름의 기온은 제법 쌀쌀하다. 이곳에 다가갈수록 이곳에서 파는 따끈한 사발면이 생각나고 그것을 찾게 된다. 도시락과 함께 사발면 국물 호로록 마실 때 그 기분이란. 친구와 대피소 아래 바람이 덜 부는 곳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먹는 도시락과 사발면은 감동이다. 구름이 산을 넘는 모습을 함께 보며 웃고 떠드는 사이 어디선가 입산통제 안내 방송이 흐르고 우리도 슬슬 하산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가을이 있어 좋았던 길, 어리목

오늘의 한라산은 본연의 멋진 기암을 보여주면서 아슬아슬하게 상고대의 맛도 보여준다. 이젠 정말 가을은 간 것일까? 윗세오름에서 짐을 정리하고 하산하면서 본 억새를 통해 가을을 맛본다. 하산길 자꾸 되돌아보게 하는 남벽이 돌아봐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때쯤 가파른 하산길이 시작된다. 나무사이를 하염없이 내려가다보니 언제부턴지 고운 단풍잎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 아직 가을이 남아있구나조금씩 날이 어두워지고 있어 빛을 머금은 모습의 환한 모습은 아니였지만 한라산의 단풍을 맛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어느덧 어리목 탐방안내소에 도착한다. 등산로 입구를 돌아보며 그 해에 봤던 설경의 모습과 다른 매력의 한라산의 모습에 빠져 걸었던 길을 맘속에 깊이 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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