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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바위재를 넘어 맛본 닭백숙 본문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맛에 대한 기억은 눈으로 본 풍경보다 더 진하고 오래 남는 것 같다. 몇 해 전 협곡열차 V트레인이 들어서면서 분천역, 양원역, 승부역이 이어가는 오지마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처음엔 열차 안에서 본 풍경을 탐하던 사람들도 이젠 바라만 보던 그 길을 직접 걷는 낙동정맥트레일에 동참한다. 이 길에 꼭 맛보아야 할 것으로 돼지껍데기와 막걸리만 알고 있다면 아직 이 길의 매력 중 반만 알고 있는 것이다.
겨울을 기다리는 산타가 사는 곳, 분천역
트레일을 승부역에서 시작하기 위해 분천역을 찾았다. 승부역까진 V트레인을 이용하여 이동한다. 열차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분천역을 돌아본다. 2013년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 맺은 분천역은 오지의 작은 간이역에서 지금은 관광명소로 탈바꿈되었다. 산타를 테마로 한 이 역은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는 산타를 만나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자역사의 맛, 양원역
주민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양원역은 우리나라의 최초 민자역사다. 주민들이 직접 역사도 만들고 이곳에 열차를 세워주길 소원하였기에 탄생된 양원역은 V트레인이 10분간 정차한다. 이곳에서는 꼭 해야 할 것이 두가지다. 한가진 돼지껍데기와 잔막걸리를 마셔보는 것. 또 하나는 전망대에 올라 역사를 내려다보는 것이다. 주어진 시간 10분.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고민은 열차에서부터 시작되지만 열차가 멈추자마자 전망대로 뛴다. 역사의 풍경을 감상하고 다시 역사로 달리면 출발하기 전 돼지껍데기와 막걸리도 맛볼 수 있는데 정말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
배바위재 가는 길, 승부역
늘 승부역에서 내리면 낙동강 세평 비경길로 향했는데 오늘은 물건너 배바위재를 넘는 낙동정맥트레일 2구간 길에 오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햇볕이 쨍쨍한 날 숲속을 걷으니 산에 오르는 길이 부담스럽지 않다. 세평 비경길은 대부분 그늘이 없는 길이라 한낮에 걸으면 부담스러운데 배바위재를 넘어 비동마을까지 가는 길은 온전히 숲길이라 선선함까지 느껴진다. 함께 동행한 대금연주가가 재정상에 설치된 데크에서 대금연주를 들려주는데 그 선율에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비동마을이 기억에 남는 이유, 닭백숙
배바위재를 넘어 비동마을로 가는 길 계곡가에서 어르신 한분이 우릴 맞이하신다. 변변한 식당을 찾을 수 없는 이 오지마을에 주문으로 한상 차려주시는 마을분이 계시는데 오늘 준비한 음식은 닭백숙. 행여 먹기 불편할까봐 닭도 일일이 발라서 먹기 좋게 해놓으셨다. 가마솥에 펄펄 끓는 정성 가득한 닭백숙이 그릇에 담겨 상으로 내어오는데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으랴? 계곡가에 평상에서 먹는 닭백숙은 오늘을 기억하게 한다. 늘 이 오지에 들어오면 돼지껍데기와 막걸리를 찾았는데 또 하나 찾을 것이 생겼다.
소화하면서 동네마실, 분천역 가는 길
자연을 벗 삼아 걷고 먹고 그렇게 보낸 시간만큼 내 몸도 건강해졌음을 자신하면서 분천으로 향한다. 완만한 길, 마을의 아기자기함과 가끔 지나가는 기차소리의 정겨움이 함께하니 만족스런 미소가 입가에 절로 핀다. 이곳에 단풍이 지는 계절이 오면 닭백숙 먹으러 다시 이곳을 걸어야겠다 다짐하면서 그때 함께 하고픈 사람 몇 떠올리면서 분천역으로 향한다.